산문419 소금과 호수 한 젊은 청년 스님이 절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스님은 불만이 많아 항상 투덜거렸다. 그래서 어느날 큰스님을 찾아가, 그동안의 불만과 고통을 털어 놓았다. 그러자 큰 스님께서 표주박에 소금을 가득 퍼주면서 먹어보라고 했다. 큰스님 曰 "맛이 어떠냐" 젊은스님 曰 "당연히 짭니다 스님....!!" 그러자 큰스님은 근처 호수로 가서 그 소금을 호수에 뿌리고 표주박에 호숫물을 받아서 먹어보라고 했다. 큰스님 曰 "이번엔 맛이 어떠냐?" 젊은스님 曰 "당연히 안짭니다 스님.." 큰스님 曰 "거 보거라.. 고통은 담는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호수가 되자! 2012. 6. 6. 행복을 찾아서 사람의 행복이란 늘 다른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일까? 다시말해 타인의 존재여부는 과연 행복의 충분조건인가? 우리는 흔히 돈이 많이 생기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이불에 기대고 누워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맘껏 책을 읽을 수도 있으며 또한 내일 맘대로 늦잠을 잘 수도 있어 그 누구보다 풍요로운 기분이었지만 문득 행복의 조건이 모두 다 갖추어 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아직 미래가 불투명한 입장이기도 하지만, 내일 당장 수십억의 복권에 당첨되어 지금 같은 생활을 평생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전히 행복할것 같진 않았다. 이 시간에도 야근중인 바쁜 직장인들 눈에는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잣집 아들, 딸들이 얼마나 많은 .. 2012. 6. 1. 겨울 봄 여름 가을 오늘 시골생활기 카테고리에 여름 항목을 추가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이 우리가 흔히 사계절을 이야기 할 때 반드시 봄,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숫자로 보는 1년의 시작은 겨울이다. 올 해 초 시골집으로 내려와 생활기를 조금씩 쓰면서 처음 만든 카테고리는 분명 겨울이었던 것이다. 생명의 순환의 시작이 봄이기 때문에 봄 부터 이야기 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으며 아마 대부분 그러리라 직관적으로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것은 봄이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럼에도 사실 순환에는 시작점이 없다. 가을에 씨가 떨어져야 이듬해 봄이 존재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혹독한 겨울을 보낼수록 그 다음에 찾아오는 봄의 농사도 .. 2012. 6. 1. 철학자는 없다 소로우가 그의 저서 에서 말하고 있듯 요즘은 철학 선생은 있을지 모르나 철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난해한 사상을 품거나 학파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지혜를 사랑하기 때문에 지혜가 명하는 바에 따라 관용과 신뢰의 삶, 검소하고 독립적인 삶을 사는것, 인생의 다양한 문제를 이론뿐만 아니라 실천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철학자의 삶인 것이다. 그래서 그럼에도 실천이 부재한 요즘의 철학 선생이 철학을 가르치면서 존경받는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이론 뿐만아니라 몸소 실천하며 살았던 옛날의 철학자들이 존경받을 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 앎과 실천이 문제이다. 요즘은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 그 어느때 보다 고학력시대다. 학력 인플레에 따른 .. 2012. 5. 31. 씀바귀 김치도 담궈먹고 무쳐서도 먹는다는 씀바귀. 나는 한 번도 먹어 본 기억이 없어 여쭤보니 씀바귀는 맛이 써서 우리집에선 안먹는다고 한다. 사실 다른 집들은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늘 먹던 것에서 가끔은 벗어나기 위해 보리밥같은 옛음식을 종종 먹는다던데 우리집은 그런것이 없다. 부모님의 표현을 빌자면 '먹을 것 쌨는데(많은데) 그런건 뭐하러 먹냐'는 식이다. 굳이 어려웠던 시절의 음식을 드시고 싶어하지 않으시는것 같다. 그래서 밥도 늘 다른 것을 섞지 않고 오로지 하얀 쌀밥만 먹는다. 며칠전 중고책방에서 어린이용 식물도감을 하나샀다. 으로 비매품표시가 찍혀있는 것이 교과서거나 부록같아 보이는데, 무시할 것이 못되는게 이곳에 도록되어 있는 식물이 무려 500여가지가 넘기 대문이다. 한 번 훑어 보았는데 이 책.. 2012. 5. 31. 고인 물은 썩는다 오늘 집 근처 깊은 산중에 있는 절을 찾았다(http://poolsoop.com/866 참조). 선암산 자락에 위치한 이 암자는 조용하니 고즈넉한 맛이 아주 좋은데, 오늘은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하루 전이라 그래도 사람이 있는 편이었다. 몇 해 전 겨울에 이곳을 찾았을 때 밥도 얻어 먹고 스님이 깎아 주시던 생마도 맛보았던 기억이 났다. 그때 마침 방문한 우체국 직원의 말로는 우편배달도 눈이나 기타 여건에 의해 1주일에 한 번만 오던 때였으니, 우리의 방문이 스님도 반가웠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가니 초파일 전날이라 그런지 도시에서 온 손님도 많고 근처 동네에서 온 손님도 많았다. 얼마 전 불교관련 단체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면접관 중 한명으로 계셨던 스님의 질문에 '이사장님이 무.. 2012. 5. 27. 뛰시오? 중고등학생들의 소풍이나 현장답사. 과연 그들은 무엇인가 느끼고 또 배우고 갈까? 아니면 그저 해만 끼치는 것일까? 어릴적 기억을 보충하기 위해 이곳에 재방문한 나로서는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싶었다. 천천히 걸어서 절터까지 올라온 나를 맞이했던 이 팻말은 사실 귀여운 축에 속했다. 감은사지 삼층석탑에는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것 같은 이들의 흔적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한 국립공원에서 사적지인 바위에 낙서를 한 한국인 남녀 유학생이 수천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건이 떠올랐다. 단순히 벌금이나 처벌의 경중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의식의 문제다. 아는 만큼 느끼고 보인다는 말은 부정할 수 없는 명언이다. 조금만 배경지식이 있었더라면 저 한글을 깨우친 이들의 눈에도 감은사탑이 도화지로 보이지는.. 2012. 4. 14. 이기적인 사랑은 없다 사랑.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가 입에 내기엔 참으로 남사시럽은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과연 사랑이 무엇인가? 사실 사랑의 정의는 제각각이다. 세상에 70억의 사람이 있으면 70억 종류의 사랑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한 정의는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반적인 정의를 시도해 볼 수는 있다. 물론 나는 위의 근거를 들어 그런 시도를 해보진 않았지만 주위 지인들에게 종종 그런 질문을 던져 보곤 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니?” 하고. 이런 추상적인 우문은 생각하기에 따라 한 없이 쉬운 질문일수도 또는 한 없이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다. 여튼 돌아온 대답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전에도 한 번 말 한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사랑은 ‘누구나 하고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이란.. 2012. 2. 13. 우리 농(農)이 하는 일 2004년도 무렵에 '우리 농(農)이 하는 일, 당신의 생각 곱하기 12.5'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진행되었던 하나의 캠페인이 있었다. 그 의미인즉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우리 농촌이 하는 일이 단순한 식량생산 뿐이라고 여기는데 실은 거기에 홍수조절, 토양보전, 산소발생, 대기정화등의 환경적 기능이 더 있다는 것이다. 또한 '뉴욕의 한 가운데에 있는 센트럴 파크, 만일 그곳이 없었다면 지금쯤 그 자리에 그만한 크기의 정신병동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 처럼 그 정서적 기능까지 합친다면 실제 우리 농촌이 하는 일은 식량생산 가치의 12.5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를 농촌의 다원적 가치라고 부르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04년 12월 연구보고서(오세익, 김동원, 박혜진)인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 2012. 2. 7.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