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419 자살을 권유하는 사회 최근 한 스포츠 선수와 여 아나운서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로 인터넷이 뜨겁다. 여 아나운서가 자살하기 전까지 그녀를 비난하고 또 가십거리로 여기던 네티즌들은 그녀가 죽고나자 애도를 표하며 이번에는 스포츠 선수에게 그 비난의 화살을 맹목적으로 쏘아대고 있다. 이 선수마저 자살해야 온라인에서 자행되는 맹목적이고 책임전가적인 이 모든 것들을 우리는 관 둘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비판은 기대하기 힘든 것인가? 2011. 5. 26. 설득 하는 사랑, 설득 당하는 사랑 어제 있었던 일이다. 지인들과 저녁으로 고기를 먹는데 테이블 옆으로 나 있는 커다란 창 밖으로 재미있는 풍경이 벌어졌다. 한 커플이 맞은편 건물 앞에서 몇분동안 부둥켜 안고 꼼지락 거리고 있는 것이다. 보아하니 둘다 취한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하필 그 맞은편 건물이 모텔이었다. 수많은 건물 구석 중 하필 저 건물 앞에서라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싶었다. 어쨋든 남자가 여자에게 뭐라 계속 말을 하는 듯했다. 그리고 수 분이 흐른 뒤 갑자기 이 두 남녀가 모텔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오오!" 하고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금새 여자가 뛰다싶이 하며 밖으로 나왔고 남자도 뒤따라 나왔다. 다시 건물 앞. 남자는 계속 뭐라 여자에게 말했지만 결국 이 둘은 골목길로 사라졌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섯은 이 .. 2011. 5. 12. 시골의 밤 시골의 밤이 찾아왔다. 밤부터 비가내린다고 하더니 서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짙푸른 밤하늘과 붉은 가로등빛이 사뭇 대조적이다. 사실 나는 이런 밤이 좋다. 개구리 소리가 창 밖으로 울려퍼진다. 좀 더 가까이 듣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가 다가갈 찰나 울음이 뚝 끊긴다. 내가 다가가고 있는걸 어떻게 아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아직은 지천으로 울려퍼지는 정도는 아닌데 모내기가 끝날 즈음이면 온 사방의 논에서 울어댈 것이다. 저녁 식사와 함께 간단히 반주를 하였더니 이른 밤임에도 눈이 감긴다. 아마 시골의 시차에 적응된 탓이기도 하리라. 하지만 내일이면 다시 서울의 시간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할때 그리움은 배가 된다. 고향에 있어도 고향이 그립게 된다. 2011. 5. 9. 고추 심기 농사일 4일째. 오늘은 고추와 가지를 심었다. 고추는 모종이 남았는데 가지는 모자라 마련해 놓은 밭에 다 심지 못하고 비워둘 수 밖에 없었다. 심는 간격이 너무 가까웠던듯 하다. 이 두 작물은 팔기 위해 많이 하는게 아니었기에 일은 두세시간만에 끝났다. 덕분에 일찍 일을 끝내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이제 밤 사이 예보된 비만 내려 주면 된다. 옮겨 심은 작물에게는 그야말로 단비일 것이다. 2011. 5. 9. 어린이날과 어른이 바라는 아이 像 집으로 가는 길. 정류장에서 출발을 기다리며 정차되어 있던 시골버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뒷자석에는 한 무리의 어린 아이들이 신나게 이야기하며 놀고 있었는데, 그때 밖에서 지나가던 같은 버스회사 기사가 이를 보고 버스에 올랐다. 그는 아이들에게 버스 내에 설치된 카메라가 너네들을 다 찍고 있다고 겁을 주며, '저지레' 하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고 큰소리로 윽박질렀다. 사실 그렇게 심하게 '저지레'를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오늘은 어린이날. 나는 다소 슬픈 기분이 들었다. - - - - - - - - - - 돌이켜 보건대 사실 소파 방정환이 추구했던 어린이 상像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다. 아래는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찾은 어린이날에 대한 설명 중 한 단락이다. 3·1운동 이후 .. 2011. 5. 5. 비 오는 날 우산이 없다 높이 3미터는 족히 됨 직한 통유리를 앞에 두고 이것저것 잡무를 했다. 처음 안개가 자욱하던 창 밖 풍경이 이내 밤중처럼 어두워졌다. 그러다 비가 쏟아졌고 번개가 한 두 번 치더니 또 다시 밝아진다. 비는 여전히 내렸다. 멀리 보이는 교회가 안개에 뿌옇다가 어두워짐과 동시에 사라지고 다시 비와 함께 가시의 영역으로 돌아온다. 하루종일 비가 올것이 예견되었음에도 우산을 가져가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비는 계속 내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한 여인의 우산에 끼어들었다. 비가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만들어 준 것이다. 사실 생의 많은 즐거움은 완벽함 속이 아니라 헛점이 있는 가운데서야 찾아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 2011. 5. 1. 전자 기기 사용의 딜레마 오늘 카메라를 수리했다. 뷰파인더의 흠집이 너무 심해 도통 수동렌즈를 사용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수리비가 무려 3만 3천원이나 나왔는데 현재 이 카메라의 중고 시세가 20만원 내외인걸 생각하면 엄청 큰 돈이 아닐 수 없었다. 고민끝에 내린 결정이었는데 수리 후 밝아진 뷰파인더를 보니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전자 기기 사용의 딜레마라고도 할 수 있을 듯 하다. 금방 새로운 기기가 나오는 전자기기의 특성상 때로는 부품 하나의 수리비 보다 새로 사는게 이득이 될 때가 많다. 다른 부분들은 멀쩡함에도 통째로 버려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고장이 나지 않아도 성능의 문제로 새로 구매를 해야 되곤 한다. 생각해 보니 미니카세트플레이어부터 엠피쓰리플레이어 거기에 디지털카메라까지 고장나거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집에 산더.. 2011. 4. 28. 공포의 집합 시사매거진2580 공포의 집합 캡처사진 ⓒ MBC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공포의 집합이란 제목으로 한 체육단과대의 구타현장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방영되었다. 이른바 '집합'의 이유는 후배들이 인사를 제대로 안한다, 교수님을 선생님으로 불렀다는 등의 것이었다. 영상은 초중고등학교 합쳐 12년이나 교육을 받고 또 대학까지 진학해 공부하는 지성인들의 모습이라고는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 이제까지 받은 학교 교육은 과연 이들에게 무엇이었나? 이것은 우리나라의 교육이 '지식'만을 채우고 '지성'은 길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 교과목 사이에도 위계가 엄연히 존재해 마치 국영수 위주의 지식만이 학교교육이 달성해야할 최고의 목표인냥 여기는 풍토도 존재한다. 결국 학생들은 진정 '생각하.. 2011. 4. 24. 봇도랑 치우기 봇도랑은 논에 봇물을 대기 위해 들판을 가로지르는 작은 도랑을 말한다. 모내기를 하기 전 4월의 봄에는 이 봇도랑을 청소해야 한다. 물을 다시 흘려 보내기 위해 겨우내 도랑에 쌓인 흙이나 돌등을 퍼내는 것이다. 아침 일곱시 반. 그날 청소하기로 한 봇도랑을 끼고 있는 논의 주인들은 가구마다 한 명씩 삽을 들고 모였다. 우리집에서는 내가 삽을 들었다. 총 열명 남짓의 인원이었고 성별은 반반이었다. 그런데 충격적인것은 그날 모인 사람 중 나를 제외하고 나면 가장 막내의 나이가 예순셋이었던 것이다. 일을 마치고 할머니들과 나는 맥주를, 아저씨들은 소주를 한 잔씩 마셨다. 집으로 돌아가 엄마께 마을사람들의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았다. 외지에서 이사온 40대 아저씨를 제외하면 막내의 나이가 55살 정도라 했.. 2011. 4. 24.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