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419 다시 虛 일찍이 빈 자리였다. 사실 누구나 그럿듯이. 가까워 지고자 하면, 반드시 두 가지 항목을 충족시켜야 했다. 육체적인 끌림과 정신적인 끌림 모두. 그러나 대부분 한 쪽에서 시작을 하기 마련인데, 후자에서 시작된 끌림은 실패하고 오직 전자에서 만이 정상적으로 통용된다. 간혹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나 이는 드물다.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전자에서 시작된 관계는 보통 서로가 사랑이라 여기며 열정적인 관계를 시작한다. 하지만 후자는 대부분 이미 아는 사이일 것인데, 어느날 한 침대에서 일어나 '실수'를 깨닫고 후회하며 서로 어색해 지곤 하는 것이다. 오래된 고민이다. '10년 된 부부' 같은 '밀당' 없는 관계는 결국 성립하지 않나보다. 긴장감이 수반되어야 관계는 유지된다고 했다. 말로만 들었지 불가능하리라 생각.. 2011. 3. 24. 사랑에는 방법이 없다 어제 찬바람 쐬며 나는 방법을 물었다. 그녀의 대답의 골자는 '방법을 아는 이가 누가 있겠느냐'였다. 나는 행동하기 전에 방법 찾는 데에만 생을 허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011. 3. 22. '존나'에 대한 단상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남녀 할것 없이 대화 중에 '존나'를 남발한다. 물론 쓰지 않는 것이 - 혹은 꼭 필요할 때만 적절히 사용하는것이 -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들은 과연 뜻을 알고나 쓰는 것일까? '존나' 혹은 '졸라' 등은 그 어원상 '좆나'가 변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좆은 남자의 성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에 '좆나'의 뜻을 몇가지 추정해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비슷한 뜻이며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좆빠지게'가 변형되었다는 분석이 가장 유력한듯 하다.) 어찌되었든 굉장히 심한 표현이고 특히 여자가 사용할 표현은 아니다. 적다보니 문득 처음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기숙사에 살 때 받았던 쇼크가 생각난다. 1년 선배(남자)가 다른 선배(남자)에게 '시발년'이라고 욕을 .. 2011. 3. 22. 달이 근접하다 날은 푸근했지만 황사가 심한 하루였다. 게다가 내일은 비까지 더해져 황사비가 내린다고 한다. 19년만에 찾아온다는 '슈퍼문'은 익일 새벽 4시경에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짙어가는 구름은 우리에게 쉽게 달을 내어 줄 것 같지 않다. 자정이 다가오는 무렵. 밖에 나가 보니 일찍이 먼지로 뒤덮인 하늘과 구름 뒤로 달이 아련하게 보일 뿐이다. '슈퍼문'인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잘 보지 못하던 하늘을 한 번 쯤올려다 본 것 같아 그것으로 좋은것 같다. 오늘 밤은 나도 간만에 산책을 했다. 그리고 옥상까지 올라가 달을 바라 보았다. 달을, 바라보았다. 2011. 3. 19. 키에르케고르의 원죄와 불안 전통적인 원죄 해석은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음으로서 그 후손들 모두가 원죄를 지게 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아담의 죄가 유전되어 원죄가 성립한다는 것인데 키에르케고르는 이와 같은 전통적인 해석에서는 사실 원죄의 모든 책임은 아담에게 있을 뿐 우리에게는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의 새로운 해석을 따르면 우리는 처음에는 선악의 구별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순진무구의 상태(운동이 없는 고요함의 상태, 無, das Nichts)에 있다. 그러나 순진무구의 상태라도 정신은 있으므로 이를 꿈꾸는 상태라 할 수 있는데, 이때 우리는 우리의 본성을 어렴풋이 느낀다. 즉 자유의 능력을 예감하는 것이다. 이때 불안이 형성된다. 결국 개별자인 우리는 순진무구의 상태에서 비약을 통해 죄를 짓게 되고, 이 타락을 통해 인간정신은.. 2011. 3. 16. 홀로 평안하라 톤레샵 수상카페에서 만난 고양이가 세상이 시끄럽든 말든 홀로 평안하다. 꽤나 신기해 만져 보기까지 했는데 미동도 않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이쯤되면 사실 존경스럽기 까지 하다. - - - - - 니콜슨(Nicholson)은 (Mystics of Islam) 안에서 수피(Sufi, 靈知主義者)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밤이 오면 죄수는 감옥을 잊어버리고 밤이 오면 임금은 권세를 잊어버린다. 슬픔도 없고, 득실에 맘을 쓰는 일도 없으며, 이 사람 저 사람이란 생각조차 없다. 그것은 영지자(gnostic)의 모습, 그가 깼을 때의 모습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너는 그들이 잠이 들거든 깬 줄로 알아라." 그는 세상 일에 대해 잠을 자고 있다. 낮에도 밤에도, 하나님의 다스리시는 손에 드신 펜인 .. 2011. 3. 13. 빨래를 하십시오 빨래를 하십시오 / 이 해 인 우울한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맑은 물이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밝아진답니다 애인이 그리운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물 속에 흔들리는 그의 얼굴이 자꾸만 웃을 거예요 기도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몇 차례 빨래를 헹구어내는 기다림의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저절로 기도가 된답니다 누구를 용서하기 힘든 날은 빨래를 하십시오 비누가 부서지며 풍기는 향기를 맡으며 마음은 문득 넓어지고 그래서 행복할 거예요 - - - - - - - - - 새벽에 잠에서 깨어 문득 손빨래를 할 때가 있다. 이는 기도와도 같은 행위일까? 아니면 그리움의 표출일까? 사진 http://adventure.or.kr/155 2011. 3. 12. 가족 헨리 드럼먼드(Henry Drummond)는 "생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가족이란 진화의 한 걸작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세계의 도덕과 사회 발달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힘의 발전소요, 저장의 보고이다. 가족은 몇 세기만이 아니라 수천 년을 살아온 것이다. 시간이 이것을 퇴색시키지 못했고 최근의 예술이 그 위에 개량을 더 한 것도 없다. 그리고 어떤 천재도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지 못했고, 어떤 종교도 이보다 더 성스러운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2011. 3. 10. - 뜨거운 두 뺨 2011. 3. 10.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