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문422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대주의자 TV는 원래 보지 않는데 한동안 신문 또한 보지 않았더니 당췌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어 여유가 생긴 오늘 아침 인터넷으로 잠깐 헤드라인을 살폈다. 하지만 이내 눈에 뜬 기사에 그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용인즉 지난 12일 신라호텔측이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한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호텔 뷔페인 더파크뷰로의 입장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혜순씨는 한복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년간 매일같이 한복을 입어오신 분이다. 13일 오후. 신라호텔측은 공식사과를 통해 "고객께서 음식을 직접 가져다 드셔야하는 뷔페 특성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한복을 착용하고 입장하는 고객분들께 식당 내 고객들간의 접촉이 많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일일이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며 "이런 조치는 다른 고객이 한복을 착용한 고객의 옷.. 2011. 4. 14.
사랑해야 섹스할 수 있다고? 대학생들의 성의식은 한 마디로 말해 '어정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완전한 '프리섹스'가 정착된 것도 아니요, 완전한 '순결의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혼전의 성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사랑하면 섹스할 수도 있다"고 대답한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꼼꼼히 따져서 생각해 보면 이 말처럼 애매모호한 말도 없다. 도대체 '사랑'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사랑'이란 성적 합일감(合一感)을 필연코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속궁합'이 안 맞는다면 사랑이란 헛된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해서 섹스하게 되는 게 아니라 섹스해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려면 먼저 섹스부터 해봐야 한다. 마광수 에세이 中 - - - .. 2011. 4. 13.
인문학의 위기 식물을 좋아한다. 그런데 사실 키우는데는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보다 오히려 꽃은 잘 피우지 않더라도 항시 푸른 것을 좋아한다. 꽃은 언젠가 지기 마련이다. 나는 변함없이 옆자리를 지켜주는 그런 것이 좋다. 숲을 거닐고 싶다. 지난 주 수업시간. 교수님이 다음 시간은 10분 일찍 수업을 끝내고 술 한 잔 사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학생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나는 홀로 환호성을 질렀다. 인문학의 위기를 보았다. 그제는 산책을 했다. 주말내내 빛한줌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틀어박혀 있었더니 봄내음 가득 실은 바람이 그리웠던 것이다. 산길을 경유해 내려가며 보니 개나리는 만개했고 진달래와 목련 그리고 매화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벚꽃은 일주일 정도의 기다림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계절은 절정을 향해 쉼 없이 달.. 2011. 4. 12.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나면 나쁜 사람은 없다고 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근래 이례적으로 여러 사람들을 생각보다 깊게 알게 되었다. 아...! 이럴진대 나는 어찌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들의 매력을 알고서도 무덤덤할 수 있겠는가?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다. 2011. 4. 8.
역행 逆行 홀로 앉아 맞이한 늦은 오후. 볕은 따가우나 바람은 차 옷깃을 여미게 된다. 아직 봄은 남았다. 아니, 이제 진정한 봄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감정은 역행逆行한다. 2011. 4. 5.
1000cc 1000cc 모닝으로 달리라고? 난 1000cc 맥주로 달리련다! 2011. 4. 5.
너의 길을 걸으며 상상할 수 없었던 너의 길 아니, 상상만 하던 너의 길을 따라 본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교통체증으로 무려 한 시간 동안 그 짧은 고갯길을 넘었고 나는 익숙지 않았던 그 길을 앞으로 영원히 회상하게 될 것임을 알았다. // ㅅㅇ에게 선물받은 애기별 2011. 4. 4.
홀로 사는 즐거움 그러나 아무도 기존에 존재하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기란 힘들다. 2011. 4. 3.
이 서글픈 중년 사랑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때도 있었는데 섹스 말고는 아무런 즐거움이 없었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사랑 보다도 무식한 지식인들의 모럴 테러리즘에 더 관심이 가고 (아니 관심이 아니라 왠지 모를 피해의식이 느껴지고) 섹스로 풀기 보다 글로 풀어대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나 글로 푸는 것이 섹스보다 더 즐거운 건 아니고) 죽여 버리고 싶은 놈들도 많아지고 죽여 버리고 싶은 년들도 많아지고 공연히 어줍잖게 혁명도 하고 싶어지고 공연히 촌스럽게 계몽도 하고 싶어지고 사람들이 싫고 이 나라가 싫고 이 우주가 싫고 절망도 어렵고 희망도 어렵고 사랑은 더 어렵고 // 이 서글픈 중년 - 마광수 2011.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