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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숲에서의 독서

by 막둥씨 2010. 11. 6.

 사랑을 조명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문학작품들은, 성취가 아니라 그것의 상실과 실패에서 사랑의 본질을 찾아내고 있는 듯하다. 사랑과 관련된 모든 탁월한 문학작품들은,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는 길은 차라리 그것에 실패하는 데 있다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우리에게 자주 제시한다. 사랑은 이곳에 없는 것이므로 더욱 간절해지며, 좌절됨으로써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느껴지도록, 그 소설들은 우리의 마음을 뒤흔든다.
 우리는 버릇처럼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진실은 우리가 사랑에 '던져졌다'고 말하는 편에 가깝다. 무력한 의지가 사랑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사랑 안에서 우리가 기적적으로 이타적일 수 있는 것은, 명랑한 낮은 이성이 성숙한 밤의 포옹 앞에서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그때, 사랑하는 '나'는 없다, '당신'이 있을 뿐이다. p82-83

 "관념상의 과격성이라는 것은 그것 자체가 무엇을 산출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는 극히 흔해빠진 것을 전혀 실현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문학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한 말이다. 극히 흔해빠진 일상적 삶도 바꾸지 못하면서, 상상력의 고무풍선을 한없이 날려버리는 지식인의 페단을 지적한 말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인간이 꿈꾸기에 능한 동물이라지만, 그 꿈이란 것도 현실과의 '속도조절'을 생각하지 않으면 환상으로 전락한다. 물론 이 말이 꿈꾼다는 행위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격하시키는 진술은 아니다. p120

 아침녘. 청담동의 한 공원(사진)에서 이명원 선생님의 책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를 보다 갈무리해 본다. 읽기 시작한지 어느덧 삼 주 가량이 된듯 한데, 수 많은 짧은 에피소드들 사이 정서와 여운의 간극이 꽤나 커서 예상보다 오래 붙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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