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조명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문학작품들은, 성취가 아니라 그것의 상실과 실패에서 사랑의 본질을 찾아내고 있는 듯하다. 사랑과 관련된 모든 탁월한 문학작품들은,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는 길은 차라리 그것에 실패하는 데 있다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우리에게 자주 제시한다. 사랑은 이곳에 없는 것이므로 더욱 간절해지며, 좌절됨으로써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느껴지도록, 그 소설들은 우리의 마음을 뒤흔든다.
우리는 버릇처럼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진실은 우리가 사랑에 '던져졌다'고 말하는 편에 가깝다. 무력한 의지가 사랑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사랑 안에서 우리가 기적적으로 이타적일 수 있는 것은, 명랑한 낮은 이성이 성숙한 밤의 포옹 앞에서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그때, 사랑하는 '나'는 없다, '당신'이 있을 뿐이다. p82-83
"관념상의 과격성이라는 것은 그것 자체가 무엇을 산출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로는 극히 흔해빠진 것을 전혀 실현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문학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이 한 말이다. 극히 흔해빠진 일상적 삶도 바꾸지 못하면서, 상상력의 고무풍선을 한없이 날려버리는 지식인의 페단을 지적한 말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인간이 꿈꾸기에 능한 동물이라지만, 그 꿈이란 것도 현실과의 '속도조절'을 생각하지 않으면 환상으로 전락한다. 물론 이 말이 꿈꾼다는 행위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격하시키는 진술은 아니다. p120
아침녘. 청담동의 한 공원(사진)에서 이명원 선생님의 책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를 보다 갈무리해 본다. 읽기 시작한지 어느덧 삼 주 가량이 된듯 한데, 수 많은 짧은 에피소드들 사이 정서와 여운의 간극이 꽤나 커서 예상보다 오래 붙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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