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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

친환경 출퇴근? 목숨을 걸어라!

보행자와 자전거 타는 사람이 서로 불편하고 위험한 보행자겸용도로

지난 3월호를 읽으신 분은 모두 아시리라. 나는 뱃살에 충격을 받은 이후 출퇴근길을 걸어 다니려 노력했다. 그런데 도시의 길이란 대개 그렇듯 갈수록 지겨워졌다. 더구나 나의 출퇴근길은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을 이용해야 하는 터라 차량 소음이 귀를 괴롭혔다. 그렇다. 걷기 좋은 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날도 풀리기 시작해 딱 좋다 싶었다. 그렇게 며칠 자전거를 탔다. 왕복 8킬로미터 정도의 짧은 구간. 그런데 오히려 갈수록 스트레스만 쌓였다. 자전거는 있었지만, 마음 놓고 달릴 길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천만 자전거도로

집에서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일은 짧은 거리와는 반대로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다. 먼저 길의 유형이 복잡했다. 보행자와 인도를 함께 쓰는 ▲보행자겸용도로, 차도 가장자리에 설치된 ▲자전거전용차로 그리고 차가 다니는 길인 ▲차도를 뒤죽박죽 이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그것조차 몰랐다. 바닥에는 분명 자전거길 표시가 되어 있으나, 자전거도로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표식과 실제가 다른 경우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자전거지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여차저차 자전거가 가야 하는 길은 알아냈지만, 그럼에도 이 세 가지 길을 이용해 출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형별로 문제점도 각양각색. 인도와 다를 바 없는 보행자겸용도로는 사람이 많이 다니면 도무지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특히 자전거와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에는 지나치게 좁거나, 사람이 다니는 부분과 자전거가 달리는 부분을 구분하는 선, 바닥마감재 따위가 전혀 없는 경우는 더욱 힘들었다. 이런 길은 보행자도 보행자대로 자전거에 위협을 느꼈다. 한편, 자전거전용차로는 사람과 부딪힐 일은 없었지만 자전거 운전자가 너무 위험했다. 그래서인지 실제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자전거전용차로 군데군데 버스정류장이 있어 버스가 정차하기도 했으며, 우회전하려는 차량이 자전거전용차로를 거리낌 없이 침범해 보기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모두 펜스나 연석 등 차와 자전거, 사람과 자전거를 구분하는 분리시설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작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승우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전국 자전거도로 1만5308킬로미터 중 안전펜스 등 자전거도로 방어벽이 설치된 구간은 261킬로미터로 전체의 1.71퍼센트에 불과했다. 매년 자전거도로 교통사고 건수도 증가하고 있었는데, 2007년 141건에서 2011년 333건으로 증가 폭이 두 배 이상이었다.


길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가 많아 보이는 보행자겸용도로나 자전거전용차로조차도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 그나마 나의 출근길은 서울시 종로구 전체에 고작 1.4킬로미터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와 9.2킬로미터 설치된(사실 설치되었다고 하기보다 보행자용 인도에 자전거도 달릴 수 있도록 허용한) 보행자겸용도로를 지나는 구간이었다. 그 외에는 버스, 승용차 등과 함께 차도를 달려야 한다. 차도와 인도만이 존재하면 자전거는 원칙적으로 자동차와 같이 차도를 이용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자전거를 타는 일이란 목숨을 내놓은 사람이거나 담이 아주 큰 사람이 아닌 이상 힘든 일이다. 불규칙한 노면이나 자동차와의 측면 충돌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돌진하는 자동차에 무슨 변을 당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19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을 제정한 이래 끊임없이 자전거 타기를 장려해왔다. 급속한 자동차 증가에 따른 심각한 환경오염, 에너지 문제, 교통체증뿐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많은 선진국이 이미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중요한 국가적 사업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 동안 정부의 정책은 뚜렷한 실효를 얻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자전거도로 상황은 열악하다. 일단 자전거전용도로 자체가 거의 없다. 혹자는 ‘무슨 소리지? 한강에 가면 죄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던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 우리나라 자전거전용도로는 인도와 다를 바 없는 보행자겸용도로를 제외하면, 하천 변에 설치된 것이 대다수다. 2011년 서울시 기준 자전거도로 설치 현황을 보면 총 804.2킬로미터의 자전거도로가 있는데, 전용차로를 포함한 자전거전용도로는 고작 15.3퍼센트(123.3킬로미터)다. 하지만 한강·지천 자전거도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26.7퍼센트(215.3킬로미터). 앞서 말한 대로 인도와 다름없는 보행자겸용도로 456.3킬로미터(56.7퍼센트)를 논외로 생각한다면, 정부가 조성한 자전거전용도로는 하천 변 자전거도로가 가장 많다는 이야기다.

과거 4대강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정부는 강의 상·하류를 연결하는 자전거 길을 전국적으로 1728킬로미터를 설치해 저탄소 녹색교통수단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자전거가 대체교통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하고 레저나 운동의 하나에 그친다면 이는 정작 자전거 활성화를 꾀하는 핵심 목적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실제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환경오염, 에너지 문제, 교통체증 등에서 효과를 보려면, 차량 대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생활밀착형 자전거 타기’다. 하지만 2011년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 209명 중 82.8퍼센트인 173명이 자전거 이용 목적으로 레저·운동(건강관리)를 꼽았으며, 출퇴근·통학이나 쇼핑(장보기) 등 생활밀착형 자전거 타기는 각각 10퍼센트(21명), 3.4퍼센트(7명)로 매우 적었다.


자전거, 차를 대신하라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불과 2퍼센트 가량. 지역별로는 경북 상주시가 11.3퍼센트, 전북 남원시 8.8퍼센트, 경북 영덕군이 8.1퍼센트로 전체 평균보다는 높지만, 평균 10~30퍼센트에 근접하는 독일,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자전거 도로가 없어서 생활밀착형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적은 것이 아니라, 타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하천 변을 제외한 도심에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를 떠나, 친환경적인 대안 교통수단의 필요성을 이미 깨닫고 있는 이상,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민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은 이견 없는 사실일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사업이 하나 있다. 청주시에서 올해 추진하는 완전도로 조성 사업이 그것이다. 완전도로(Complete Streets)는 자동차에 빼앗겼던 도로를 사람들에게 되찾아 준다는 개념으로 보행자, 자전거, 자동차가 함께 어울리는 도로를 말한다. 유럽의 여러 도시와 미국은 자동차 외에 다른 교통수단 이용자들의 안전성과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완전도로 정책을 오래 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청주시가 사람중심,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의 하나로 2013년 1월부터 9월까지 분평동 지역 1킬로미터 구간에 완전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의 왕복 4차로 도로를 왕복 2차로로 줄이고, 대신 도로 양쪽에 인도와 자전거도로, 녹지공간을 만든다. 차로는 S자 모양으로 구불구불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차량이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안 그래도 교통체증이 심각한데 도로를 줄이면 어떡하나?’하고 반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동차 사용 자체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자전거 활성화 정책이다. 늘어나는 차량에 따른 도로확충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도로는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도로의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요즘 매일같이 자전거는 내게 말을 건다. “날씨도 따스한데 달리자!” 하지만 겁이 많고 하나뿐인 생명을 꼭 붙든 나로서는 이 목소리를 애써 무시할 수밖에 없다. 한강은 멀고, 다른 길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