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지난 2013년 4월 7일 방송된 SBS스페셜 시청 후 나눈 잡담을 정리한 것이다.
잡담 참가자 : 밀양강냉이, 막둥씨
대화 순서
방송을 보고나서
노숙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자급자족을 향한 열망
부록 : 프로그램 기획 의도
방송을 보고 나서
막둥씨
인상 깊은 발화가 몇 가지 있었다. 일단 떠오르는 건 두 가지다. 먼저 방송에서 한 일본인이 회사를 그만두고 술집을 운영하며 농사도 짓기 시작했는데, 농사를 지으면 무슨 상황이 발생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라 공감했다. 내 손으로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불안감이란 게 있다. 지금과 같이 분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흙집 짓는 거 배우고 싶었는데...(웃음) 여튼 농사를 지으면 그런 자신감이 생긴다.
두 번째는 어떤 교수인지 전문가가 나와서 한 말인데, 옛날에는 귀농귀촌 혹은 대안의 삶을 택한 사람들이 기존의 삶에 몸담고 있다가 실패해서 다른 삶을 모색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젊은 세대들이 처음부터 기존과는 다른 삶으로 들어서는 일이 많아졌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굉장히 유익한 방송이었다.
밀양강냉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런 성향의 변화는? 윗세대들의 고락을 보고 추호도 겪고 싶지 않은 걸까?
막둥씨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당장 떠오르는 건... 밀양강냉이의 말마따나 윗세대가 삶의 이상향을 제시해 주지 못한 것도 있고, 또 그만큼 사람들이 일반사회로 진입하는 장벽이 높아진 것일 수도 있겠다. 좋은 쪽으로 보면, 단순히 먹고 사는걸 떠나 한 단계 높은 삶의 이유를 찾는 시도일수도 있고...
당장 네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나 부터 생각해보라. 나한테는 위의 두 이유가 큰 것 같다. 사실 일반 기업을 다니라면 나름 잘 다닐지도 모른다. 다만 그 장벽을 넘기 위해 그렇게까지 노력할 의지는 없다. 의지박약일지도...
밀양강냉이
의지부족보단 믿는 구석이 있는 거다. 그리고 보통은 한 단계 높은 삶은 먹고 사는 게 충분히 베이스가 되어야 하는 건데.
막둥씨
그런 먹고 산다는 게 주관적인거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도 하고. 절대적 빈곤을 벗어난 지가 언젠데.
노숙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막둥씨
그런데 시골 살다 처음 서울 왔을 때, 노숙자들을 보고 너무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도 그렇고.
밀양강냉이
그렇다. 나도 얼마 전 영등포역 갔다가.... 굉장히 그랬다...
막둥씨
밀양이랑 대구는 거의 없지 않나? (밀양강냉이의 고향은 밀양)
밀양강냉이
대구만 해도 꽤 된다. 밀양은 잘 본 적 없고.
막둥씨
그런가? 대구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밀양강냉이
그런데 요즘 노숙자들은 거의 자발적인 노숙.... 아닌가? 시설 이런 거 많은데 왜 그리로 안가실까?
막둥씨
노숙자들이 시설이 있음에도 이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은데, 사실 시설에 가면 규칙이 많기 때문이다. 술도 못 먹고 이런 것들?
밀양강냉이
시설이 부랑자들 잠이나 재워주는 곳이 되기엔 설득력이 없지 않을까? 자립을 지원한다거나, 알콜 중독자들을 개선시켜주거나 이런 게 있어야 할 텐데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 듯하다. 미국의 노숙자들 중에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라 (미국에서 지낼 당시)솔직히 나는 많이 불편하진 않았다.
막둥씨
기관에서 자립을 지원하려면 그 첫걸음이 술을 끊는 것이 될 수밖에. 그리고... 자발적인 것도 사실 있다고 봐야한다.
밀양강냉이
그래서 술을 끊기 싫어서 계속 노숙하는 이들에게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했다. 뭐 여전이 마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막둥씨
그 불편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에 대한 논의도 한 번 해봐야 한다. 단순한 죄책감은 아닐테고, 좀 복잡미묘할 것 같다.
밀양강냉이
괜찮은 생각이다.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가.
막둥씨
지금 논문 하나 대충 찾아 봤는데, 노숙으로 오기까지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어릴 때 좋지 않았던 가정환경부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얻은 우울증, 정신질환 등등... 그리고 사실 생각해보면 일을 해서 어느 정도 돈을 벌어도 노숙하는 것과 자신의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걸 느낀다면 아무도 일을 안 할 것 같다.
밀양강냉이
그렇다. 아마 일순간 삶에 대한 의지를 놓고 하루하루 그냥 살다가 개선의 시도조차 이제 못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자급자족을 향한 열망
밀양강냉이
앞에 잠깐 나온 자급자족과 관련해서 일화가 있다. 내가 호주 있을 때 국립공원 이런 곳을 여행하는데, 숲이 울창해 등산로에서 50미터 이상만 이탈해도 길을 못 찾을 정도였다. 주변에 빛이고 전기고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야생.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런 야생에서 하루는 버틸 수 있을까?’ 그래서 한 번은 프로젝트성 여행을 했다. 3박 4일 캠핑동안 야생에서 먹을 것 5가지 이상 찾기. 결과는 대실패!
막둥씨
하하하하. 준비 없이 하면 안 된다. <캐스트 어웨이>란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밀양강냉이
홍합과 나무 열매 두 가지 정도 찾았었다. 나름 책 보고 조사도 하고, 버섯 같은 거 공부하고 이랬는데. 어우 못하겠더라. 버섯 이런 거는 잘못 먹으면 골로 갈 수도 있고(웃음). 야생 열매 대부분은 맛이 ‘쒯’이었다.
막둥씨
(웃음)
밀양강냉이
그러면서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갖춰진 시스템 밖에서는 내가 완전 병신이구나. 그러면서 자급자족에 대한 안정감이 굉장히 사무친 듯. 그래서 제빵이랑 목공 배울랬는데!
막둥씨
난 흙집 짓는 법. 근데 수강료가 너무 비싸더라고.
부록 : 프로그램 기획 의도
* 다음은 SBS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본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다. 관심있으신 분은 다시보기를 통해 시청을 권한다.
우리사회가 만든 행복의 척도는 가혹하다. 오직 연봉, 아파트 평수, 자동차 배기량, 자녀의 좋은 성적, 자산보유 정도 등으로 행복의 요건은 평준화된다. 동일한 ‘행복 레시피’로 오천만의 삶이 요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2 학교진로교육 지표조사 결과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52.7%가 인생에서 가장 추구하고 싶은 것으로 ‘돈’을 꼽았다. (2012.12.28.)
정해진 철로를 따라 질주하는 기차처럼 그렇게 모두가 ‘돈’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다. ‘행복 강박’. 우리 시대의 행복은 곧 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성장과 경쟁 일변도의 패러다임은 낙오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이러한 경쟁과 양극화의 사회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사회에 이로운 착한 일거리‘를 찾아, 적은 수입으로 최소의 지출을 하며 공동체에서 즐겁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로그램은 적은 돈으로 더 큰 마음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함으로써, 대안적인 삶의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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