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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기고78

오토마타, 내가 만드는 상상력 넘치는 장난감 올해 초 환경부는 시중에 판매중인 어린이용품을 대상으로 유해물질 함유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관련법 기준이 적용되는 3359개 제품 중 211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 함량 등이 국내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적 관리가 되지 않는 훌라후프 등의 제품에서는 검출빈도가 더욱 높았으며 특히 중국산 인형 제품은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41.03퍼센트나 검출되어 함량기준(0.1퍼센트)의 약 410배 이상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의 장난감이 각종 유해물질과 중금속으로 오염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기 나무와 종이 등을 주재료로 하는 색다른 장난감 오토마타(Automata)가 있다. ‘스스로 동작하다’라는 뜻의 고대 라틴어에 어원을 둔 오토마타는 기계장치로 움직이는 인형이나 조형물을 일컫는 용.. 2013. 10. 1.
바나나 멸종위기 : 바나나는 불안하다 어릴 적 시골에 살았던 내게 바나나는 명절음식의 하나였다. 일 년에 두어 번 설이나 추석을 맞아 도시의 친지네를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는 실로 귀한 과일이었다. 친척 어르신들은 내가 시골집으로 돌아갈 때 으레 바나나를 몇 개씩 싸주시곤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도시에 사는 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1990년대 초반 바나나 가격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비쌌다. 20여 년 전인데 가격은 두 배라니! 당시의 화폐가치를 생각하면 바나나의 위상은 더욱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이제 저렴한 가격에 한결같이 달콤한 바나나를 대형마트는 물론 동네 편의점에서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바나나에는 아는 사람만 아는 여러 가지 불편한 사실이 숨어.. 2013. 9. 2.
캠핑은 장비 자랑? :: 그곳에 캠핑은 없었다 잊지 못할 밤이었다. 경북 북부의 어느 인적이 드문 산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어둠 너머에서는 새소리, 벌레소리는 물론 산짐승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공포에 숨을 죽였다. 인간으로 태어나 의심 없이 품고 있던 우위감은 초라했다. 분명 그날 밤은 온전히 동물들의 것이었다. 서해의 바닷가에서 머물던 하루는 비가 왔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였다. 두어 겹의 얇은 직물인 텐트가 저 비로부터 나를 지킬 유일한 수단이었다. 늦은 밤 배수로를 파고 들어와 젖은 몸을 뉘였으나 잠이 오질 않았다. 텐트를 세차게 두드리는 빗소리에 쉬이 잠이 들 수 없었다. 이따금 방전되는 하늘은 고스란히 나의 이부자리까지 그 미명을 전했다. 이 황홀했던 경험은 모두 작년 여름 직접 캠핑을 하며 겪었던 일이다. 201.. 2013. 8. 2.
밥은 먹고 다니냥?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 저는 고양이입니다. 간혹 목에 줄을 매고선 사람들과 함께 산책하는 고양이도 봤지만, 저는 그리 사람과 친한 편은 아닙니다. 저는 도시의 빌라 콘크리트 틈에서 태어났습니다. 볕은 거의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안전한 장소였습니다. 엄마는 나에게 먹이 찾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도시에는 먹을 것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주로 길에서 비닐봉지를 찾고, 그 속에서 먹을 것을 구해야 했습니다. 밥을 먹는데 종종 사람들이 엄마와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위협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로 번갈아 망을 보며 밥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자 겨울이 왔습니다. 뚱뚱했던 엄마는 겨울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겨울은 춥기도 하지만 먹을 것도 매우 부족했습니다. 혼자 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하루하루 내 몸도 엄마처럼 뚱뚱해졌습.. 2013. 6. 24.
길고양이 탐방 강동구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문을 열었다. 급식소를 이용하는 고양이를 만나보고 싶어 무작정 강동구를 찾았다. 30도를 오르내리는 6월 중순 한낮의 뜨거운 온도 때문일까? 길고양이들은 한 마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등은 땀으로 젖어왔고 땡볕에 콧잔등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래…… 너도 이런 날씨에는 그늘에서 쉬겠지.’ 문득 생각 없이 대낮에 찾아온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첫 번째 방문은 허탕을 쳤다. 두 번째 방문은 늦은 오후를 택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동네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셔터를 눌러대는 내가 수상쩍게 보였나보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경계의 눈빛으로 다가오며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하고 물었다. “고양이 사진 찍는데요…….” 경찰은 카메라가 향한 곳에 고양이가 있음을 직접.. 2013. 6. 24.
햇빛으로 희망을 생산합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1년여의 준비 끝에 햇빛발전소를 설립했다. 서울시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 옥상에 20킬로와트(kW) 용량의 햇빛발전소 1호기를 설치한 것이다. 지난 6월 15일, 삼각산고 시청각실에서 100여 명의 조합원들과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준공식이 열렸다. 사회를 맡은 고등학생 이사 손정은 양은 조합원의 이름을 하나씩 천천히 읽어갔다. 호명된 조합원은 일어나 다른 조합원들에게 인사했다. 협동조합으로 설립된 햇빛발전소의 주인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준공식 행사는 발전시설이 설치된 학교 옥상으로 이어졌다. 6월 중순의 뜨거운 햇살이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비추었다. 조합원들은 각자의 부푼 기대로 태양광발전시설을 바라보았다. 공식적인 행사가 끝난 오후 4시 무렵. 발전소에 설치된 모니터는 현재 발.. 2013. 6. 22.
자원과 쓰레기, 경계에 선 라면봉지 몇 해 전 자원순환사회연대는 한밤중 트럭을 타고 시내를 돌며 쓰레기를 수집했다. 종량제봉투 내 재활용가능자원 혼입률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결과는 놀라웠다. 배출된 종량제봉투에는 종이류, 병류, 캔류, 플라스틱류 등 우선재활용가능자원만 45~50퍼센트 가까이 혼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플라스틱류 중 라면봉지, 과자봉지, 각종 식음료의 비닐포장재 등 비닐·필름류의 혼입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오늘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당장 내가 사는 동네에 내놓인 종량제봉투만 들여다보아도 라면봉지, 과자봉지 등의 혼입을 쉽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리배출 가능한 라면봉지 라면봉지, 과자봉지 등의 필름류 포장재는 이미 2004년부터 분리배출대상이었다. 믿기 어렵다면 라면봉지의 뒷면을 .. 2013. 6. 10.
광주의 특별한 버스를 타다 광주에는 특별한 시내버스가 있다. 518번과 1187번이 그것이다. 사실 겉보기엔 두 버스 모두 일반 버스와 다르지 않다. 아마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알아챘겠지만, 이 두 버스의 특별함은 번호와 노선에 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5·18자유공원, 5·18기념문화센터, 금남로, 전남대, 국립5·18민주묘지 등을 지나는 버스 ‘518’번과 얼마 전 새롭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발 1187미터의 무등산으로 향하는 버스 ‘1187’번은 10여 년 째 광주를 상징하며 하루도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이에 어느 따사로운 봄날 나는 특별한 두 버스에 올랐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 막상 광주에 도착해도 518번 버스는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배차간격이 30여 분으로 꽤 길기 때문이다. 518번은 광주 도심.. 2013. 4. 30.
친환경 출퇴근? 목숨을 걸어라! 지난 3월호를 읽으신 분은 모두 아시리라. 나는 뱃살에 충격을 받은 이후 출퇴근길을 걸어 다니려 노력했다. 그런데 도시의 길이란 대개 그렇듯 갈수록 지겨워졌다. 더구나 나의 출퇴근길은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을 이용해야 하는 터라 차량 소음이 귀를 괴롭혔다. 그렇다. 걷기 좋은 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날도 풀리기 시작해 딱 좋다 싶었다. 그렇게 며칠 자전거를 탔다. 왕복 8킬로미터 정도의 짧은 구간. 그런데 오히려 갈수록 스트레스만 쌓였다. 자전거는 있었지만, 마음 놓고 달릴 길은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천만 자전거도로 집에서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일은 짧은 거리와는 반대로 순탄치 않은 여정이었다. 먼저 길의 유형이 복잡했다. 보행자와 인도를 함께 쓰는 .. 2013.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