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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잡설

시공간이 휘어진다? : (일반)상대성이론

by 막둥씨 2015. 2. 17.

- 미치오 카쿠 <평행우주> 발췌 및 일부 수정

만유인력에서 일반상대성이론으로

 

뉴턴은 시간과 공간을 "운동법칙에 따라 우주의 모든 사건이 일어나는 방대한 무대"라고 생각했다. 시공간이 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절대적이며 모든 사건을 조용히 바라보는 소극적 무대였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은 소극적인 구경꾼이 아니라 자연현상에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자연을 만들어가는 주체라고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에서 시간과 공간은 매우 이상한 방식으로 휘어지거나 구부러질 수 있었다. 침대 위에서 매트리스를 누르고 있는 볼링공처럼 시간과 공간은 물체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되는 양이었다.

시공간이 휘어진다니? 대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앞서 말한 매트리스 위의 볼링공을 향해 조그만 쇠구슬을 굴려 보자. 구슬은 똑바로 진행 하지 못하고 볼링공의 주변을 공전하게 될 것이다(구슬의 속도가 적당히 빠르면서 정면충돌을 하지 않는 경우의 이야기). 뉴턴의 관점에서 볼 때, 구슬이 적절한 거리를 두고 볼링공의 주변을 공전한다는 것은 볼링공이 구슬에게 어떤 '힘'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볼링공이 구슬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겨서 궤도운동을 하도록 묶어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이 질량을 가진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기술한 뉴턴의 만류인력의 법칙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관점에서 보면 굳이 '힘'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이유가 없다. 구슬의 궤적이 휘어지는 것은 볼링공에 의해 침대의 표면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구슬을 지구로, 볼링공을 태양으로 대치시키고 휘어진 침대 면을 우주공간이라고 생각해보자. 여기에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은 태양의 중력 때문이 아니라 태양이 지구 근처에 공간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논리를 통해 중력이라는 것이 우주전역에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인력이 아니라, 질량에 의해 공간이 휘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믿었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훗날 모든 우주론의 초석이 될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세 가지 증거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3가지 증거를 제시했다. 첫째는 빛이 중력장에서 휜다는 것. 이것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천체를 관측했던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1882-1944)이 확인해 주었다. 아인슈타인은 일식이 일어나면 태양 둘레를 지나는 빛이 1.745초만큼 휜다고 예언했다. 이러한 예언을 확인하기 위해 에딩턴은 1919년 일식이 일어나는 아프리카로 조사단을 파견했다. 그리고 5월 29일 일식에 의해 나타난 별의 사진을 찍어 반년 전의 위치와 비교했다. 그 결과 태양에 가까운 별일수록 빛이 많이 휜다는 사실과 아인슈타인의 계산이 정확했음을 알아냈다.
 
1919년 11월 6일 영국 왕립학회와 왕립천문학회 합동회의는 에딩턴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맞았다고 발표했다(그러나 에딩턴의 관측 결과는 너무 오차가 커 훗날 비판을 받았다). 다음날 런던 타임스는 ‘과학의 혁명-뉴턴주의는 무너졌다’라는 제목 아래 일반상대성이론을 대서특필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두 번째 증거는 수성의 근일점이 1백년마다 43초씩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1843년 프랑스 천문학자 르베리어(1811-1877)에 의해 발견됐지만, 오랫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 해결할 수 없는 숙제로 남아 있었다. 뉴턴역학으로 이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행성이 수성 곁에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불칸’이라고 이름 지은 새로운 행성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질량을 가진 다른 천체가 없어도 수성이 세차운동을 할 수 있음을 훌륭하게 설명해냈다. 1960년에는 금성의 근일점이 1백년에 8초씩 이동한다는 사실이 추가로 발견됨으로써 일반상대성이론은 더욱 굳건해졌다.
 
세 번째 증거는 빛이 중력장에서 적색편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강한 중력장에서 원자의 진동이 느려져 스펙트럼선이 붉은색 쪽으로 치우친다는 것으로, 흔히 ‘아인슈타인의 편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1925년 미국의 천문학자 애덤스(1876-1956)가 시리우스 동반별의 스펙트럼을 조사한 결과 백색왜성에서 나오는 빛이 적색편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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