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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농사

익어가는 벼

by 막둥씨 2012. 9. 21.

이웃의 2모작 벼. 1모작으로 일찍 모내기한 벼들은 더 많이 익었다.

가을이 오고 벼가 익어간다. 하지만 연이은 태풍이 3개나 지나가자 여기저기 쓰려진 벼들이 생겼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태풍이 오기 전 논에 물을 채워놓는다. 벼가 물에 잠기면 그만큼 지지하는 힘이 생겨 덜 쓰러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태풍의 거센 바람은 피해갈 수 없었다. 

쓰러진 벼는 일으켜 세워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벼에서 싹이 나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또한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콤바인으로 벼를 수확할 때 기계에도 좋지 않다. 산촌인 우리동네는 논농사를 많이 짓지 않기 때문에 덜한 편이다. 곡창지대인 평야에서는 이렇게 태풍으로 벼가 쓰러지면 군대의 대민지원등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쓰려진 벼를 전부 일으켜세우기도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집은 언제부터인가 먹을 만큼의 벼농사만 짓고 있다. 그 이상으로 농사를 지어 팔아도 쌀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말씀에 따르면 물가는 옛날에 비해 엄청 올랐지만 쌀값은 제자리 걸음이다. 마침 어릴적 뉴스에서 본 흥미로운 기사가 떠올랐다. 경북대 농대에서 쌀농사를 실제로 지어보니 이익은 커녕 적자가 나더라는 방송이었다. "태풍 와서 벼가 쓰러지면, 그냥 올해는 햅쌀을 안먹지 뭐" 라고 쿨하게 말씀하시는 아버지를 보니 실감이 났다. 예전에는 치던 농약도 이제는 약값 비싸다며 치지 않는다. 모내기 이후로는그냥 스스로 자라게 방치해 두는 것이다. 영글면 먹고 아니면 말고. 이런 생각이다.

이제 좀 더 가을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황금들판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쌀이 귀했던 '황금'의 시대는 이미 지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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