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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일상

20100524

by 막둥씨 2010. 5. 24.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어떤 신적인 것도 아니요 혹은 현실 그 자체도 아닌 바로 사람이다. 지금 옆에 있는 친구와 동료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에게 희망과 사랑을 안겨주는것 또한 사람이니 이 얼마나 모순인가. (물론 조금 더 나아가자면 궁극적인 이유는 자기 자신일뿐)

 이런즉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몇 가지 있을 것이다. 사람을 완전히 떠나든가, 아니면 이 모순적인 상황으로서의 사람의 양면을 모두 받아들이든지. 간혹 그런 불안을 해소하고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런 그룹화는 동질감과 유대감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때때로 수많은 그룹들 중 몇몇은 자기도피적 병약한 인간 존재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차라리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겠다 싶다.

 위의 글을 쓰다가 잠이 몰려와 세 시간 정도 낮잠을 잤는데 이상한 꿈을 꿨다. 배경은 버스를 타고 시골집에서 도시로 가는 길. 친형과 함께다. 나는 버스에서 아이폰 후속 모델 휴대폰을 줍는다. 집으로 돌아와 전화를 걸어 보니 천사같은 이미지의 안철수(안철수 바이러스의 그분)이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그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여기로 전화하면 안되는데.." 그러면서 자기 아내의 번호를 알려준다. 나는 초면의 반말에 그에게 정내미가 떨어진다. 아마 모든 인간은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의미인듯 하다. 이런 의미에서 꿈은 참 재미있다.

 어제 ㅇㄹ와 나눈 대화와 그분이 보내준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했다. 그분은 음악을 보내주며 베갯잇을 적실것을 우려했다. 한강수가 되지는 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그 영화를 보았다. 좋다. 하지만 멋나라 이웃나라 이야기 인것 같기도 하다. 알 수 없다.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나는.

 문득 편지가 너무 쓰고 싶다. 한 때 꽤나 많은 편지를 쓸 때가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편지가 돌아오지 않는 편지였다. 그 당시는 그것으로도 좋았던 것이다. 단지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었다.

 할 말은 많은데 이제 쓰는 것도 힘이 든다. 덕분에 횡설수설하게 되었는데 뭐 횡설수설도 쓰레기통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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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 옆에서

                                서 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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