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잡설73 그래도 섹스할 수 없다고? 첫번째 글에서는 마광수의 에세이를 통해 다소 심도있는 사고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현대 젊은이들의 모순된 생각이나 한계를 꼬집은 것일 뿐 실질적인 또 다른 원인을 고찰하지 못했다. 왜 그들은 자유로울 수 없을까? 사실 이런 문제의 원인은 사람들의 인식과 시선에서 비롯된다. 특히 여성들이 그 피해자라 할 수 있는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사랑'을 '섹스'의 선행조건으로 생각지 않는 깨어있는 여성들 조차도 스스로의 욕구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없다. 이유인즉 여자들이 성욕구에 솔직하게 행동하면 남자들로부터 이른바 '싼 여자' 혹은 '밝히는 여자' 취급 받으며 손가락질 받기 때문이다. 남성들 본인은 자유롭게 스스로의 욕구에 따라 관계맺으려 하면서도 정작 여성들이 그와 같은 .. 2011. 4. 16. 김유정의 <소낙비>와 매춘의 문제 한 여성의 에 대한 논문을 읽었다. 글에서는 연신 김유정의 에서 극중 인물의 도덕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비난했다. 하지만 과연 춘호와 춘호 아내는 그저 부도덕한 것으로 지탄받아야만 하는 캐릭터인가?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나라에도 각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의 시대적 배경을 참고하자면 이는 노력해도 먹고 살기 힘들었던 우리 시대의 어쩔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무조건적인 비판은 오히려 그 시대상황을 깡그리 무시한 처사일성 싶다. 물론 그 상황을 전적으로 불가피했던 받아들여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판하는 대상의 본질을 먼저 파악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먼저 이루어져야 할 고민은 매춘이 왜 부도덕한 것인가에 대한 것일 성 싶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중의 하나가 매춘이라고 하는.. 2011. 4. 14.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대주의자 TV는 원래 보지 않는데 한동안 신문 또한 보지 않았더니 당췌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어 여유가 생긴 오늘 아침 인터넷으로 잠깐 헤드라인을 살폈다. 하지만 이내 눈에 뜬 기사에 그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용인즉 지난 12일 신라호텔측이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가 한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호텔 뷔페인 더파크뷰로의 입장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혜순씨는 한복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년간 매일같이 한복을 입어오신 분이다. 13일 오후. 신라호텔측은 공식사과를 통해 "고객께서 음식을 직접 가져다 드셔야하는 뷔페 특성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한복을 착용하고 입장하는 고객분들께 식당 내 고객들간의 접촉이 많음을 충분히 설명하고 일일이 안내를 해주고 있었다"며 "이런 조치는 다른 고객이 한복을 착용한 고객의 옷.. 2011. 4. 14. 사랑해야 섹스할 수 있다고? 대학생들의 성의식은 한 마디로 말해 '어정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완전한 '프리섹스'가 정착된 것도 아니요, 완전한 '순결의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혼전의 성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사랑하면 섹스할 수도 있다"고 대답한다. 언뜻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꼼꼼히 따져서 생각해 보면 이 말처럼 애매모호한 말도 없다. 도대체 '사랑'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리송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사랑'이란 성적 합일감(合一感)을 필연코 전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른바 '속궁합'이 안 맞는다면 사랑이란 헛된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해서 섹스하게 되는 게 아니라 섹스해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려면 먼저 섹스부터 해봐야 한다. 마광수 에세이 中 - - - .. 2011. 4. 13. 인문학의 위기 식물을 좋아한다. 그런데 사실 키우는데는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보다 오히려 꽃은 잘 피우지 않더라도 항시 푸른 것을 좋아한다. 꽃은 언젠가 지기 마련이다. 나는 변함없이 옆자리를 지켜주는 그런 것이 좋다. 숲을 거닐고 싶다. 지난 주 수업시간. 교수님이 다음 시간은 10분 일찍 수업을 끝내고 술 한 잔 사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학생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나는 홀로 환호성을 질렀다. 인문학의 위기를 보았다. 그제는 산책을 했다. 주말내내 빛한줌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틀어박혀 있었더니 봄내음 가득 실은 바람이 그리웠던 것이다. 산길을 경유해 내려가며 보니 개나리는 만개했고 진달래와 목련 그리고 매화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벚꽃은 일주일 정도의 기다림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계절은 절정을 향해 쉼 없이 달.. 2011. 4. 12.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알고 나면 나쁜 사람은 없다고 했던가?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근래 이례적으로 여러 사람들을 생각보다 깊게 알게 되었다. 아...! 이럴진대 나는 어찌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들의 매력을 알고서도 무덤덤할 수 있겠는가?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다. 2011. 4. 8. 이 서글픈 중년 사랑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때도 있었는데 섹스 말고는 아무런 즐거움이 없었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사랑 보다도 무식한 지식인들의 모럴 테러리즘에 더 관심이 가고 (아니 관심이 아니라 왠지 모를 피해의식이 느껴지고) 섹스로 풀기 보다 글로 풀어대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나 글로 푸는 것이 섹스보다 더 즐거운 건 아니고) 죽여 버리고 싶은 놈들도 많아지고 죽여 버리고 싶은 년들도 많아지고 공연히 어줍잖게 혁명도 하고 싶어지고 공연히 촌스럽게 계몽도 하고 싶어지고 사람들이 싫고 이 나라가 싫고 이 우주가 싫고 절망도 어렵고 희망도 어렵고 사랑은 더 어렵고 // 이 서글픈 중년 - 마광수 2011. 4. 3. 포스트모던의 욕망 욕구의 충족보다는 욕망의 충족을 중심으로하는 소비문화로 넘어간지는 오래지만, 근래 그런 욕망의 충족을 타겟삼아 벌여놓은 기업들의 시장판에 너무 무분별하게 뛰어들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 본다. 또한 이러한 욕망이 스스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그저 부화뇌동격으로 생성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찾아보니 장 보드리야르가 이미 40여년전에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것은 더이상 물건의 사용가치가 아니라 기호가치라고 말했다고 한다). 'You are what you buy'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비싼 브랜드가 우리의 정체성이 되어가고 있다. 덧붙여 앞서 말한것과 함께 또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공정무역 Fair Trade 에 대해서이다. 물론 (커피를 예로 들자면) 단순히 스타벅스 커피를 더이상 마.. 2010. 10. 31. 죽음의 5단계 "죽음의 5단계 과정,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 제1 단계는 부정(Denial)의 단계이다. 대부분의 모든 사람이 암과 같은 죽음의 선고를 받게 되면 처음에는 강하게 부정한다. '아니야, 난 믿을 수 없어.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어' 하면서 자신에게 죽음이 임박했음을 부인한다. 이 단계에서는 환자가 현실적인 견해를 갖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제 2단계는 분노(Anger)이다. '하필 그 많은 사람 중에 내가'하며 자신이나, 가족, 병원 직원에게 분노를 나타낸다. 신을 저주하거나 주위에 화를 내고 짜증을 낸다. 죽음의 단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이다. 그 분노에 반응을 하면 환자는 더 심한 분노를 일으킨다. 차라리 분노를 표현하도록 하고 아직도 가치 있는 인간이고 존경과 이해와 관.. 2010. 10. 27. 이전 1 ···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