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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421

예상하지 못한 비 집을 나오기전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그런데 오늘 저녁 예상하지 못한 비가 내렸다. 우물쭈물하다 꼼짝없이 건물안에 갖혀 버렸는데 덕분에 책상에 진득하니 앉아 일을 했다. 학생임에도 이상하게 공부를 했다고 표현하는게 아니라 '일'을 했다고 표현을 하게 된다. 한참을 하다 밖을 보니소강상태에 접어들길래 부리나케 내려왔다. 그러나 그 뒤로 비가 오진 않았다. 11월 11일이었다. 빼빼로를 한 통 사서 줄까 하다가 장삿속이 미워서 차라리 다른 과자를 샀으면 샀지 빼빼로는 관두기로 한다. 그러나 강요에 의해 결국 한 통 사고 만다. 슬픈 영혼들의 입으로 들어가는걸 보며 나는 먹지 않았다. 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발로 잘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살짝 부서져 기능이 하나 작동하지 않는다. 다시,.. 2010. 11. 11.
메뉴평가 구내식당을 이용할때 항상 평가란을 꼼꼼히 보는 편이다. 물론 작성도 종종 한다. 요 근래 본 최고의 구절은 '스파게티 소스에서 이윤추구의 냄새가 난다'였다. 사실 그 전에도 인상깊었던 많은 문구들이 있었으나 현재 기억이 나는건 없다. 어쨋든 이곳에서도 미약하나마 '소통'이 벌어지고 있다. 2010. 11. 10.
운명 춥지만 화창한 하루. 운명이 우리의 삶에서 운명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지만 그럼에도 결국 하나의 길 밖에 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2010. 11. 10.
은행이 털리다 간밤의 거센바람에 은행이 발 디딜 곳 없게 떨어져 심각한 악취를 풍긴다. 대체 누가 암나무를 가로수로 심어 놓은 것일까. 2010. 11. 8.
학學 물론 배움은 평생 이루어져야 한다지만, 15년 이상 학교라는 틀 속에 있는 것도 생각해 보면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이는 인간의 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때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2010. 11. 8.
거리 오랜만에 4호선을 길게 탔다. 현실적 거리와 비현실적 거리를 구분짓는 것은 물리적 거리만은 아닌듯하다. 게다가 방향또한 알지 못한다. 11시 47분. 천둥이 쳤다. 그리고 비가 시작된다. 추워질 것이다. 2010. 11. 7.
트라우마를 지게 된 20대 여성들 현재는 많이 없어졌겠지만, 정말 내가 학생시절때만 해도 초등학교의 교사나 동네 어른들의 아동성추행이 빈번하게 일어났던것 같다. 지금처럼 이슈화 되지 않았고 또 관심이 부족했기에 부모들은 몰랐었고, 결국 대부분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져 트라우마 되었다. 실제로 주위에도 몇몇 본 것 같다. 문제는 이 사실을 이제는 커버린 당사자들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쩌면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기간을 이미 지나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의 상처는 누가 알아주고 보듬어 줄 것인가. 아니, 이제 그들이 입을 열 수 없는 시기가 되어버린 것이라면 과연 누가 알아 줄 수나 있을 것인가. 5년전, 오랜시간 알고 지내던 벗과의 술자리에서 그녀가 지나가는 말로 자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꺼냈을때 나는 그 상처의.. 2010. 11. 7.
숲에서의 독서 사랑을 조명하고 있는 거의 모든 문학작품들은, 성취가 아니라 그것의 상실과 실패에서 사랑의 본질을 찾아내고 있는 듯하다. 사랑과 관련된 모든 탁월한 문학작품들은,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는 길은 차라리 그것에 실패하는 데 있다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우리에게 자주 제시한다. 사랑은 이곳에 없는 것이므로 더욱 간절해지며, 좌절됨으로써 더욱 아름다운 것처럼 느껴지도록, 그 소설들은 우리의 마음을 뒤흔든다. 우리는 버릇처럼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래도 진실은 우리가 사랑에 '던져졌다'고 말하는 편에 가깝다. 무력한 의지가 사랑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다. 사랑 안에서 우리가 기적적으로 이타적일 수 있는 것은, 명랑한 낮은 이성이 성숙한 밤의 포옹 앞에서 무력해지기 때문이다. 그때, 사랑하는 '나'는 없다, '.. 2010. 11. 6.
No Day But Today 2010. 11. 6.